해가 거듭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 장난감이나 교구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사실에 가끔 놀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두 가지 장난감에 만족하며 일상을 보내던 것과는 정말 많이 다르죠..

지난번 패턴블록에 관한 리뷰를 쓰면서 평면블록의 매력과 효과에 대해 맛보기 체험을 했다면, 이번 '속성블록'으로 다시 한번 '평면블록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어요.

구성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고 깔끔합니다.

우리 어렸을적 보았던 모양자처럼 동그라미, 세모, 네모, 육각형 등의 도형들이 각자의 집 속에 얌전히 누워 있는 모습이예요. '이게 뭐지?'하며 도형들을 꺼내어 뒤집는 순간 이 녀석들이 두께가 다르다는 사실에 또 한번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왼쪽은 두꺼운 도형, 오른쪽은 얇은 종류의 도형]

아이는 일단 도형을 흩트려 놓고 마음껏 이건 뭐지?, 이건 뭐지? 하며 궁금증을 쏟아냅니다.
그럼 엄마인 저는 그냥 대답만 해주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유롭게 교구를 탐색하고, 만지작거리는 시간을 준 뒤.. 본격적으로 한번 놀아 봅니다.


1. 같은 두께의 도형끼리 분류하기
우선 한쪽에는 두께가 두꺼운 도형을, 또 다른 한쪽에는 두께가 얇은 도형을 짝지어 놓습니다.
도형을 분류하면서 아직 4살짜리 우리 아이에게는 '얇다'라는 발음이 쉽지 않은 것이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생각보다 짝지어 놓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색깔별로, 두께별로 잘 구별해 놓습니다.


[왼쪽은 얇은 도형, 오른쪽은 두꺼운 도형 분류하기]

2. 같은 모양끼리 분류하기
속성블록의 장점은 큼직큼직한 도형들에 있는 것 같습니다. 큼직한 도형을 집어 각자 제집에 넣어 주면서 아이는 저절로 분류라는 개념을 알아 갑니다. 또한 무의식중에 공통 분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거겠죠?


[같은 모양의 도형끼리 분류하기]

3. 연상되는 도형찾기
아직 4살, 어린 나이라 복잡한 것보다는 쉬운 방법으로 도형에 접근해 봅니다. 그동안 묵혀 놓았던 그림 카드를 찾아내 생각나는 도형을 집어 보라고 했어요. 아이는 그림 카드를 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도형을 골라 냅니다. 그림 카드가 대부분 동그란 모양을 띈 것 밖에 없어서 다양한 도형을 집어내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자 자연스레 속성블록을 가지고 자유롭게 모양 만들기를 하더군요. 의도하고 있었던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 주는 것이 신기했어요.


[포도를 보면 동그라미가 생각나요]


[사과도 동그랗죠?]


[책상하고 똑같은 길죽한 네모예요]


[사다리는 뾰족한 세모 같아요]


[어? 이건 완전히 동그라미랑 똑같네?]

4. 자유롭게 구성하기
모든 블록이 그러하듯,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자유로운 창작물이겠죠. 속성블록은 평면에 가깝기 때문에 입체블록처럼 끼우고 맞출 순 없지만, 그림처럼 머릿속에 하나씩 그려가면서 배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다소 어려워 하다가 하나 둘씩 무언가 만들어 내더니 이내 자신감을 얻은 듯 이것저것 만드네요.


[뒤집어서 보면 기차예요. 연기가 하늘로 퍼져 나가는 거라네요. ^^]


[도형을 겹쳐서 집의 창문도 표현했어요]




[위의 사진은 웃는 얼굴이예요. 입 부분 세모를 뒤집더니 "엄마!이건 화난 얼굴!" 이러네요]

한참을 가지고 놀다 드디어 정리할 시간이 되었어요. 정리할 때 보니까 왜 도형들이 각자 집에 들어 있었는지 알겠더라구요. 정리 또한 분류를 통해 할 수 있게끔 세심하게 배려한 것 같아서 놀랐어요. 보통 블록은 마구마구~ 담는다는 생각이 있는데 말이죠.

이 속성블록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여자 아이를 닮은 그런 블록인 것 같아요.